남동부 한국 자동차업계, ‘트럼프 쇼크’에 촉각
TPP 탈퇴→일본차 부품 관세율 유지→현대·기아차에 유리 NAFTA 재협상→35% 관세부과→기아차 멕시코 공장 타격 빅3 미국내 생산 전환→판매가 상승→현대·기아차 경쟁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시사하는 등 세계 무역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의 이런 ‘미국 우선주의’ 무역정책이 앨라배마와 조지아 주, 멕시코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현대·기아차와 협력업체들에게 어떤 불똥을 튀길지 주목된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TPP탈퇴를 선언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이란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간 ‘예외없는 관세 철폐’를 추구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다. 미국을 비롯해 일본, 캐나다, 호주 등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극적으로 타결을 이뤄냈으나 미국이 참여를 철회하면서 사실상 폐기 위기에 놓였다. TPP 탈퇴만 놓고 본다면 현대·기아차에는 호재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TPP탈퇴로 일본 자동차 부품에 붙었던 2.5%의 관세율이 그대로 유지된다. 이는 가격 경쟁력에서 현대·기아차가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지난 2015년 자동차 브랜드별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토요타는 12.0%, 혼다 8.1%, 그리고 닛산이 7.7%를 기록하면서 각각 3위부터 5위를 차지했다. 현대차는 4.4%, 기아는 3.6%로 7위와 8위를 기록했다. 만약 미국이 TPP를 탈퇴하지 않았다면 가격 경쟁력이 일본차에 뒤쳐지게 되고, 시장 점유율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이 TPP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게 문제다. 가장 우려되는 불안요소는 NAFTA 재협상의 가능성이 높고, 한미FTA도 도마위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만약 재협상을 통해 2.5%의 관세가 부활하면 미국시장 의존도가 높은 현대·기아차에 악재가 될 수 있다. NAFTA 재조정은 기아차에 악재가 될 전망이다. 이미 기아차는 지난해 9월부터 멕시코 공장을 가동해왔다. NAFTA 재협상을 통해 멕시코 생산품에 관세 35%가 부과되면 피해가 커질 수 밖에 없다. 남동부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아차의 입장에서는 사방이 막힌 기분일 것”이라며 “앉아서 나프타 협정이 어떻게 바뀔지 손놓고 기다려봐야 하는 곤란한 입장에 처했다”고 말했다. 그나마 현대차 입장에서는 ‘31억달러 투자’라는 선제대응으로 급한 불을 끈 상황이다. 아울러 미국내 제2공장 건설이라는 ‘카드’도 손에 쥐고 있어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웨스턴 캐롤라이나대학의 하인혁 교수(경제학)는 “트럼프 대통령이 보란듯이 취임 직후부터 사용가능한 권력을 휘두르면서 행정명령을 내리고 있어 혼란스럽다”면서 “나프타의 경우 의회의 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철폐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그러나 협상의 측면에서 보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카드를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한 남동부 한인경제에 결코 좋은 뉴스는 없다. 이미 심리적인 요인들에 의해서 변화들이 뒤따르고 있고,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보호무역에 따른 불확실성 측면에서 현대차는 준비가 돼있는 것 같고, 또 미국의 자동차 빅3가 미국내 공장을 짓고 국내 생산을 추진한다면 단가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자동차 판매가격이 오르고 그러면 현대기아차가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권순우 기자